안녕하세요. 오늘 이야기 할 책은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입니다.
먼저 특이했던 점은 이 소설이 장편 소설이 아닌 연작 소설이었다는 점 인데요.
채식주의자, 몽고 반점, 나무 불꽃 이 세 작품이 각각 단편처럼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세 에피소드는 각각 시점만 다를 뿐 연결돼있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채식주의자는 영혜의 남편의 시점으로 두 번째 에피소드 몽고 반점은 영혜의 언니 인혜의 남편의 시점으로, 세 번째 에피소드 나무 불꽃은 인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세 이야기는 각각 스핀오프의 형식으로 시점을 바꿔 전개되지만 주인공은 모두 영혜입니다. 아주 평범한 여자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되며 남편과 갈등을 겪고 이혼을 하고 정신병원에 갇히고 퇴원해 인혜의 남편과 관계를 맺고 다시 정신 병원에 입원해 점점 말라갈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강의 작품 중 소년이 온다를 재밌게 읽었는데요. 소년이 온다와 같이 담담하게 진술하는듯한 문체가 인상깊었습니다.
작품 줄거리를 언급하자면 영혜의 남편은 영혜와 결혼한 이유로 그녀가 아주 평범한 사람이어서임을 말합니다. 특별히 예쁘지도, 돈이 많지도,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니지만 그만큼 단점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재미 없는 결혼 생활도 나름 만족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아주 평범한 그녀에게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녀는 상의 속옷 입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영혜는 꿈을 꾸게 되고 그날로 채식주의자가 되어버립니다. 그냥 고기만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아닌 우유, 계란 등 동물에게서 온 모든 것을 거부하는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되기를 선언합니다.
그에 따라 매일 차려주는 아침밥과 주말 식단에 고기가 모두 빠지게 되고 이에 남편은 불만을 가집니다. 한편 영혜는 균형 잡힌 채식이 아닌 무지성 채식으로 인해 눈에 띄게 말라갑니다. 이 사태가 심각해지고 결국 회사 부부 동반 식사 자리에서 영혜가 채식을 선언하며 식사 분위기를 망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노브라 상태로 식사 자리에 출현하며 남편의 분노는 극에 달합니다.
결국 그는 영혜의 친정에 전화를 하게 되고 이에 언니 인혜의 집들이날 모두 모인 가족은 영혜에게 고기를 먹이고자 합니다. 가부장적인 영혜의 아버지는 고기를 거부하는 영혜에게 억지로 고기를 밀어넣고 이를 거부하자 가족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뺨을 때리기까지 합니다. 결국 영혜의 입 안에 억지로 고기가 밀어넣어지자 영혜는 이를 거부하며 과도를 들고 손목을 그어버립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혜는 정신 병원에서 치료 받게 되고 에피소드 2를 보면 알 수 있듯 남편은 퇴원한 영혜에게 가차없이 이혼 신청을 합니다.
이후 몽고반점과 나무 불꽃의 이야기도 모두 영혜의 이혼 후로 부터 몇 년이 흐른 시점을 이야기합니다. 다만 몽고 반점은 불륜 소재, 나무 불꽃과 채식 주의자는 자해 및 자살 등 트리거를 유발할 수 있는 소재가 있기에 이 점에 주의해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은 인혜였습니다. 영혜의 4살 많은 언니 인혜는 영혜와는 달리 밝고 쾌활하며 20살때 한 쌍커풀 수술이 자리를 잡아 영혜보다는 예쁜 인상을 주는 그리고 아들이 하나 있는 아이의 엄마로 묘사됩니다. 채식주의자에서 첫 번째 에피소드에 언급된 남편은 매정한 것 같지만 있을 법한 인물이었고 인혜의 남편은 어딘가 삐뚤어진 예술가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인혜에 관해 든 생각은 아이러니하게 영혜보다도 더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습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아픈 동생, 그 동생을 작품이라는 것으로 매혹해 취한 그의 남편 그리고 남겨진 아이까지 그녀의 인생이 순탄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인혜는 동생과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고도 동생을 원망하기 보다는 아직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사람을 취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더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인혜가 동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나무 불꽃에서도 인혜는 동생 영혜의 정신 병동에 자주 들르며 그녀가 말라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본인이 나무가 될 것이라며 햇빛과 물만 있어도 살 수 있다고 믿는 동생에게 제발 먹으라고 다그치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며 동생을 살리려 최선을 다하지만 영혜는 사실 나무가 되는 것 즉 삶을 끝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작품의 마지막을 보며 종국에는 영혜보다 인혜가 더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나무가 되고 싶다고 모든 음식을 거부하는, 처음 꿈을 기점으로 정말 정신이 이상해져 버린 영혜를 제정신으로 보는 인혜도 하루하루 말라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작품에서 모든 것의 시작인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데요. 영혜는 앞서 서술했듯 아주 평범한 여자였습니다. 학벌, 배경, 외모, 성격 모난 것 없이 또한 특출난 것 없이 평범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영혜가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되고 정신적으로 이상을 호소한 것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 지, 작가는 독자에게 어떤 메세지를 주고 싶었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한 번 보면 모든 것을 외워버리는 천재 소년이라던지, 한 종목에서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비범한 사람들이 나타나곤 하지만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 중 절대 다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사람은 즉 정상인 사람을 뜻하기도 하는데요. 정상인 사람이 비정상이 되는 것 평범한 사람이 특별하게 되는 것, 이것은 너무나도 쉽게 뒤집힌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평범함 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짓은 기준은 무엇인지, 나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 맞는지... 때로는 비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년이 온다에 이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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