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 소년이 온다

안녕하세요. 오늘 리뷰할 책은 한강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 입니다.
해당 작품은 80년 5월 광주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독재 정권과 그것으로 고통 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당대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년이 온다는 단지 해당 정권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고 오히려 고통받은 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담담하게 진술하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다른 소설과 차별화된 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1장 어린 새, 2장 검은 숨, 3장 일곱개의 뺨, 4장 쇠와 피, 5장 밤의 눈동자, 6장 꽃 핀 쪽으로 그리고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로 구성되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80년대 광주에서 일어난 상처가 가감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작품을 읽으며 무거운 주제이니 만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는 분들도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책을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읽지만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책을 완독한 후 마음 한 켠에 무거운 돌이 짓누르는 것 같은 무거움을 느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3장 일곱개의 뺨 입니다. 일곱개의 뺨에서 은숙은 상사로부터 뺨을 일곱대 맞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7일에 걸쳐 그 일곱 대의 뺨을 잊기로 결심합니다. 하루, 이틀 ... 지나갈수록 그녀는 뺨을 잊으려 하지만 여섯번째 날, 일곱번째 날이 되며 그녀는 더이상 뺨을 잊지 않기로 합니다. 그 7일동안 그녀가 겪었던 그리고 주변인들이 겪었던 상처와 사연을 담담하게 진술하며 기억하고자 합니다.

4장 쇠와 피 또한 인상깊게 읽었는데요. 4장을 읽으며 깊은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진압 과정에서 쏜 무심한 한 발, 그것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금 제 나이보다 어린 아이들이 수없이 희생되었다는 것. 4장에서 시위를 하기 전 미성년자들은 모두 돌려보내고자 하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거부합니다. 결국 17세 이하의 아이들만이라도 돌려보내고자 하는데요. 이 장면을 보고 성인으로서 책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4장 뿐만아니라 모든 이야기에서 전반적으로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총을 맞는 것을 봤다며 시체가 안치된 곳으로 친구를 찾으러 오는 학생, 대모를 하다 일자리를 잃은 여공, 시위에 참여해 끝내 목숨을 잃거나 고문을 당하는 18. 19의 학생들까지 다양합니다.

해당 작품에서 이런 대사가 있었습니다. 한 소년의 팔을 잡고는 "적당한 때 너는 항복해라. 알겠지, 항복하라고. 손들고 나가. 손들고 나가는 애를 죽이진 않을 거야." 아마 그 시대에, 그 상황에서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그들의 최선의 선택이라고 느껴져 서글펐습니다. 이렇게밖에 지켜주지 못하는 시대였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인물들이 느낀 고통과 상처의 깊이를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에서 드러나듯 실제 인물들의 진술이 담겨 있는 책이었는데, 책의 내용 중 진술하는 것조차 고통이라는 대목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고통을 진술하는 것 당한 일을 진술해 세상에 알리는 것을 우리는 정의이자 마땅히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건을 겪은 당사자들에게는 그조차 고통이고 상처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적나라하고 직접적인 표현으로 서술돼 책을 읽은 후 다소 복잡한 마음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해당 시대를 응징과 복수, 분노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상처를 진술하고 보듬고자 하는 목적이 강해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한강 소설의 잔잔한 분위기와 담담한 문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역시 재밌게 완독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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