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채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 황영미
No. 8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이번 작품은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황영미 장편소설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 입니다. 이 작품은 중학교 2학년의 주인공 다현의 시선으로 전개되며 청소년들의 삶은 그린 작품으로, 저에게는 학창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오기도 했는데요. 사실 성인이 되고 나서 청소년 문학을 막연히 멀리 했던 것 같습니다. 장편 소설을 여러권 읽었지만 이렇게 청소년을 타겟으로 나온 소설을 읽는건 오랜만입니다.
작품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다현'은 어릴적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우동가게를 하시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다현은 초등학교 시절 은따를 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너무 나서는 버릇 때문에 친구들이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했죠. 그 때 지금 친한 친구인 설아가 자신의 무리에 다현을 끼워줍니다. 기대하던 중학교 2학년 반배정, 다현은 자신의 무리 '다섯손가락'의 멤버 아람, 병희와 같은반이 됩니다. 무엇보다 친구가 소중했던 다현은 친한 친구 두 명과 같은 반이 됐다는 사실에 안도하지만 그녀의 첫 짝꿍은 아람이 가장 싫어하는 친구 은유 였는데요. 설상가상으로 국어 수행평가에 반영되는 지역신문 만들기는 아람과 병희가 싫어하는 은유, 해강, 시후와 같은조가 됩니다. 다현은 처음, 같이 은유네 집에 모여서 준비하자는 친구들을 밀어내지만 점점 그들에게 스며들고, 은유가 아람의 말처럼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것을 깨닫고 오해를 풀어보려다 갈등이 깊어져 결국 '다섯손가락' 아이들과 틀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기죽어있지만은 않습니다. 다현은 이전과는 달리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잘보이려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소설 속 다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입니다. 작중 다현은 엄마만큼 것은 친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나에게는 친구가 중요하다.
엄마만큼 중요하다.
중학교 2학년. 우리도 언젠가 친구가 세상의 전부일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매일 가는 학교, 매일 만나는 친구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끔찍하던 시절도 있었겠지요. 생각해보면 저도 딱 중학교 2-3학년때 였을겁니다. 그때 이 세상의 전부는 친구였습니다. 그땐 정말 친구가 없으면 무언가 큰일이 일어나는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잠시 학창시절로 돌아가보면 저 또한 소설의 '다현'처럼 새학기가 되면 반배정이 걱정되고 반배정이 나오면 필사적으로 아는 얼굴을 찾으려 전전긍긍 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그게 전부였으니까요. 그런 시절들이 생각나서 소설 속 '다현'에게 공감하면서 소설을 읽었습니다. 덩달아 제 마음도 중학교때로 돌아간 것 같았달까요.
소설 속 등장인물은 주인공 다현, 주인공의 같은반 절친 병희와 아람, 주인공이 '다섯손가락'에서 가장 신뢰하는 설아, 그런 '다섯손가락' 아이들이 싫어하는 은유, 다현의 짝사랑 상대인 현우, 다현과 같은 조를 하게 된 해강과 시후.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들은 다현을 기점으로 복잡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이들 학교를 '작은 사회'라고 표현하는데 그 이름이 학교에 딱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사회, 저는 이 사회가 작은만큼 더 정교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14-19인 십대 청소년들. 그렇지만 그들만의 계급이 존재하고 권력 구도가 존재합니다. 작중 설아가 다현에게 학원 심부름을 시키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이처럼 이들의 계급 구도는 무의식적으로, 별것 아닌것처럼, '친구라면 이정도는 해줄 수 있지'라는 명목으로 천천히 쌓아집니다. 사실 그게 싫다면 언제라도 심부름을 거절하고 '네가 해!' 라며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할 수도 있지만 다현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다섯 손가락'에 낄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작은 것들에 있다는 사실을.

성인이 된 시점에서 중학교의 왕따를 보면 가해자 아이들의 행동은 아주 유치합니다.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된 아이들에게 피해자 아이를 괴롭힌 사유를 물어보면 아이들의 대답은 대게 이렇습니다. "그냥 마음에 안들어서요.", "친하게 지내자고 했는데 무시해서요." ... 작중 아름이 은유를 싫어하는 이유도 작년에 같은반이었던 은유와 친해지고 싶었지만 은유가 아름을 거절해서입니다. 아이들은 유치합니다. 그래서 더 잔인하죠.
학교는 작은 사회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우물 안의 사회 같습니다. 학교에서 권력 구도를 결정짓는것은 단순히 쟤가 나보다 힘이 쎄서, 나보다 옷을 잘입어서, 나보다 화장을 진하게 해서... 학교야 말로 정교하지만 단순한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일진' 아이들은 학창 시절 평범한 아이들 위에 군림하며 '가해자' 역할을 해왔을 것입니다. 그들은 단지 아는 선배들이 많아서, 친구가 많아서 등 그리 대단하지 않은 이유로 그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덧없는 자리였는지 깨닫게 될 것 입니다. 학교를 졸업해 사회에 나오자마자 학창시절의 권력 구도는 완전히 뒤바뀔 것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촉법소년'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이지요. 사람을 괴롭히도고, 심하게는 죽이고도, "나는 촉법소년이니까."라고 말하며 안심하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이 법을 개정해야 하느냐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데요, "나는 촉법소년이니까.", "나는 어리니까.", "나는 아직 학생이니까." 이런 말들은 그들 스스로 자신을 우물속에 가두는 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창시절에 아이들을 괴롭히는 가해자들을 드라마, 도서, 영화 등 여러 매체에서 볼 때마다 어느순간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어리석다. 저것도 몇 년 후면 그뿐인것을." 그들이 후에 철이 든다면 그것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자신의 과오로 남을테고, 철이 들지 못한다면 그들의 인생은 정말 딱 그정도 일테니, 어떤 길을 선택해도 "가해자"는 어리석을수밖에 없습니다.
사족이 길어졌네요. 여튼 "체리세우:비밀글입니다"의 설아, 아람, 변희, 미소는 뉴스에 등장하는 가해자만큼 심한 수준의 따돌림을 하진 않았지만, 그들도 결국 깨닫게 되겠죠? 자신의 행동들이 참으로 어리석었다는 것을. 누군가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 이유 없이 미움받는 것. 둘 다 괴로운 일입니다. 미움 받는것도 괴롭지만 최근 느끼는 것은 누군가를 미워하는것 또한 괴롭다는 것.

며칠전에 한 영상을 봤는데요, 예능 프로그램 클립이었습니다. 이효리가 나오는 예능 같았는데 프로그램 이름이 정확히 기억 안나네요. 거기서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너무 싫은것이 있으면 그냥 사랑해버려요." 전 그 말이 참 좋았습니다. 미움은 받는것도 주는것도 괴롭지만 사랑은 받는것도, 주는것도 괴롭지 않아요. 많이 사랑하고 많이 행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