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도서리뷰] 서른의 반격 / 손원평 장편 소설

혜랑랑 2023. 8. 2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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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손원평 장편 소설 서른의 반격에 대해 리뷰해볼까 합니다.
 


먼저 손원평 작가는 프리즘, 아몬드 등 여러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였는데요, 저도 두 작품을 재밌게 읽은 독자로서 서른의 반격 또한 기대를 가지고 읽었습니다.
 
서른의 반격은 88년생 김지혜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입니다. 제목 서른의 반격처럼 아주 평범한 이름을 가지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녀의 반격이 담겨져 있는데요. 그러나 반격은 제목만큼 거창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반격은 주로 법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의 소심한 반격, 혹은 친고죄의 법에 걸리더라도 차마 사소해 문제를 일으키기조차 어려운 행동들을 골라 소시민적인 반격을 합니다.
 
제목을 보고 대단한 반격이나 반전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소심한 반격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와닿았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만들을 거대하게 표출하지는 못 하지만 누구나 해볼법한 소심한 방법으로의 표출, 그리고 그런 표현으로 말미암아 조금의 숨구멍을 트이고 있는 모습까지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턴으로 일하고있는 지혜와 그 회사에서 일어나는 여러 부당한 일들, 그렇지만 아주 부당하지는 않고 누구나 겪을법한, 그래서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듯한 그 작은 것들은 사실 가만히 있어서 당연한 것이 된 것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지혜와 규옥의 아주 평범한 일상을 엿보며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지혜가 곤란하거나 혼자 있고 싶을때마다 대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정진 씨가 와 있어요"
 
사실 정진씨는 그녀가 만들어낸 가상 인물입니다. 그녀는 누군가의 제안이나 약속을 거절하고자 할 때, 혼자 있고 싶을 때 적당히 정진씨라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며 빠져나오곤 합니다. 정진씨라는 투명 인간은 그녀를 자유롭게 해주는 최고의 무기이자 비결입니다.
 
상사나 동료의 말을 그냥 거절하기는 어려우니 가상 인물의 이름을 대서라도 빠져나오고자 하는 마음, 저는 지혜의 이런 마음을 어느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규옥에게 정진씨가 없다는 사실을 들키고 차라리 이 사실을 들켰으면 싶었다는 속마음까지도 왠지 이해가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또한 이 장면과 이어지며 김 부장의 퇴사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회사에서 꼰대처럼 여겨지는 김 부장도 지혜가 태어났을 당시에 거리로 나가 싸웠던 사람 중 한명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늙어버린 시민들도 언젠가 그들의 청춘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청춘을 더 빛나게도, 더 무색하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가 계속 전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게 사실은 도망치는 거라는 걸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아니면 정말로 진짜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규온이 지혜에게 물은 말입니다.
 
전진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도망치고 있었다는 것. 전진하기 싫어 머무는 것인지 전진할 수 없어 도망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젊다면 젊고 나이 들었다면 들었을 서른의 그들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는 문장인 것 같습니다.
 

끝은 쉽고 빠르고 느닷없다. 그리고 언제나 와야 할 순간에 온다.

다가오는 끝은 예측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끝을 알고 있다는 모순. 아마 끝은 그 앎을 외면하다 끝끝내 그 마지막에 호기심을 갖는 순간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서른의 반격은 지나온 인생에 대해, 그리고 지나갈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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