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도서리뷰] 페인트 / 이희영 장편소설

혜랑랑 2023. 8. 24.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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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이희영 장편 소설 페인트 리뷰를 해보려고 합니다.


 
페인트는 크게 입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페인트에서 주인공은 제누301로 NC센터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태어난 달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고 순번에 따라 1, 2, 3 등 숫자가 붙여집니다. 그리고 NC센터의 아이들을 입양하고자 하는 부모들이 있는데요. 그들은 프리 포스터라고 부릅니다. 이 이야기는 NC센터에 있는 제누 301과 그를 입양하고자 하는 한 프리 포스터의 이야기입니다.
 
제누301은 센터에 남아있는 아이들치고 나이가 많은 편입니다. 일정 나이가 되면 입양을 가지 못하고 성인으로서 사회에 나서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가디'는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를 찾아주고자 항상 노력합니다. 그리고 가디가 프리 포스터 매칭에 신경 쓰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아이들은 프리 포스터를 만나 입양 가면 ID 카드에 센터 출신이라는 정보가 지워지지만 나이가 찰 때까지 입양되지 못하고 사회로 나선 아이들에게는 센터 출신이라는 기록이 지워지지 않게 되는데, 가디들은 이 사실이 아이들의 앞길에 걸림돌이 될까 최대한 모든 아이들을 입양시키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나 센터의 아이들을 입양시키는 데에는 까다로운 절차가 요구됩니다. 3차에 거친 만남 후 최종 입양이 결정되는데요. 첫 번째 단계는 홀로그램으로 아이를 먼저 본 후 가디를 동반한 프리 포스터 면접이 진행되고, 아이가 프리 포스터를 마음에 들어 할 경우 두 번째 만남이 진행됩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가디가 없는 프리 포스터와 아이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간단한 신체 접촉 또한 허용됩니다. 이 단계에서도 좋은 인상이 계속된다면 일정 기간 합숙을 한 뒤 최종 입양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제누 301은 어째서인지 1단계 대면에서부터 난항을 겪습니다. 마치 입양되기를 거부하는 것 처럼 자신을 만나러 오는 모든 프리 포스터에게 낮은 점수를 줍니다. 그의 모습에 가디는 답답해하지만 여러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그들은 바쁘기에 어찌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제누 301에게도 마음에 드는 프리 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제누 301에게 입발린 소리를 하지 않았으며 사실 모르는 것이 많다며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이에 가디는 그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은 눈치였지만 제누 301은 그들을 마음에 들어하며 2단계 대면까지 진행합니다. 순조롭게 단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가디가 합숙 시작일을 묻자 제누 301은 아이러니하게 합숙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들과는 친구를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제누 301은 좋은 프리 포스터를 만나는 듯 하지만 결국 어느 곳으로도 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립니다. 결말 부분이 제누 301다우면서도 신선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며 인상깊게 보았던 부분은 두 가지 였습니다.
 
먼저 입양 제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입양 절차는 입양을 마음 먹은 가정이 입양 신청을 하고 그 가정에 대한 서류 심사를 통해 아동을 선정 한 뒤 교육을 받게 하고 입양을 시켜주는 페인트 속 입양보다는 간단한 절차를 거칩니다. 시행되는 입양 제도와 페인트에서의 입양 제도가 가장 다른 점은 아이들의 의견이 존중된다는 것이고, 부모 또한 아이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끊임없이 어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이 느꼈던 점은 작중 프리 포스터들이 아이들에게 어필하는 것 대부분은 "본인이 얼마나 준비된 부모인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제누 301은 만났던 프리 포스터들 중 가장 준비된 것 같지 않아보이는 프리 포스터와 2단계까지 진행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부모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부모, 나쁜 부모, 무관심한 부모, 집착하는 부모 ... 부모라고 다 같은 부모가 아니고 가족이라고 다 좋은 가족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종종 뉴스 기사를 보고 접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페인트의 세계에서 NC센터로부터 입양 간 아이들은 모두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걸까요.
 
"준비된 부모"라는 단어에서 모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인생 2회차가 아닌 이상 누구나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된다는 것은 처음일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하는 것을 준비한다는 것.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변수가 생기고 실수하고 잘 못하는 것이 처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처음 보는 곳에서 간단한 사무실을 찾는 일조차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되는 것에는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할지, 아니 애초에 그것을 준비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듭니다.
 
두 번째는 페인트 속 내포돼있는 미래 도시에 대한 언급입니다.
 
페인트의 초반 부분 한 프리 포스터는 헬퍼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헬퍼란 로봇 도우미로 이전에 헬퍼를 인간과 너무 유사하게 만들었다가 반발을 산 경험이 있어 어느정도 로봇의 형태를 유지하며 생산되는 도우미라고 합니다. 또한 아이들과 프리 포스터는 대면 전 홀로그램으로 서로를 먼저 확인하는 데, 직접 아이를 대면한 프리 포스터가 "홀로그램이랑 똑같구나"라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아 실제와 거의 유사하게 구현되는 홀로그램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부분들을 보아 페인트의 세계는 미래 도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ID 카드, NC 센터 모두 미래 도시에 해당하는 말들입니다. 아마도 작가가 그리는 미래에는 이런 센터들과 이런 기술들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이기도 합니다. 
 
책 속에서 이런 미래 도시들에 대한 흔적을 볼 때마다 저도 나름대로의 미래 도시를 상상하곤 합니다. 과연 미래 도시에는 홀로그램이 사람과 유사하게 만들어져 성행하게 될 지, 아이들에 대한 입양 제도가 책 속처럼 세분화 될 지 오지 않은 미래는 너무나도 추상적이지만 이런 작품을 읽을때만큼은 마치 그 미래가 구체화되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미래 도시는 어떤 모습일지, 미래의 기술, 생활 방식을 넘어 그들의 가치관이나 사고 방식은 어떤 모습일지,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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