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제비뽑기 / 셜리 잭슨
No. 12 제비뽑기
이번 작품은 셜리 잭슨의 제비뽑기 로, 해당 책에는 제비뽑기 외 20여 편의 단편이 함께 실려있습니다. 오늘 다룰 <제비뽑기>는 단편들 중 마지막 작품입니다. 그의 단편에는 많은 여성 서사가 나타납니다.
단편 <제비뽑기>에도 남성 중심으로 이어진 전통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여성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결말을 그립니다.
먼저 <제비뽑기>의 줄거리를 살펴보겠습니다. 6월 27일, 마을에서는 오래된 전통이자 연례 행사인 제비뽑기를 진행합니다. 먼저 가족 단위로 추첨하고, 당첨된 가족 안에서 재추첨을 해 최종 당첨자를 선발합니다. 당첨자의 제비에는 검은 점이 하나 찍혀져 있습니다. 마을은 사람들 모두가 제비를 뽑는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정도로 작은 규모입니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 제비뽑기에 당첨된 가족은 '빌 허친슨' 가족이었습니다. 이에 그의 아내 '테시 허친슨'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며 부당하다고 외치지만 그의 가족을 상대로 두 번째 제비봅기가 진행되고, 결과적으로 테시가 당첨됩니다. 테시는 연신 부당하다며 호소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제히 그녀에게 돌을 던집니다.
소설과 함께 대뜸 시작된 제비뽑기, 소설을 끝까지 읽기 전에는 이 '제비뽑기'의 정체는 아무도 모릅니다. 보통의 사회에서 '당첨'의 의미는 긍정적입니다. 당첨이 되면 돈을 준다던가, 귀중한 기회를 주는 경우가 다반수입니다. 그러나 제비뽑기의 사회에서 당첨의 의미는 곧 죽음입니다. 초반부 부터 묘하게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 사람들은 제비뽑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축제같은 모습입니다. 제비를 뽑는 날이라는 것은 곧 누군가는 오늘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제비를 뽑는 사람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습니다. 제비뽑기에 당첨된 '테시'조차 자신의 가족이 당첨 되기 전까지는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테시네 가족이 당첨되자 테시는 불공정하다고 외칩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마을이 이렇듯 무서운 전통 속에서도 평화로울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만 아니면 돼." 테시가 자신이 당첨 되기 전에 이것은 불공정하다고 외쳤으면 사람들은 동요했을까요? 마을 사람들의 이런 생각 때문에 당첨되 테시가 불공정하다며 울부짖어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당첨되기 전의 테시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일에 관심이 없습니다. 깨끗한 물도 없어 흙탕물을 마시는 아이들, 학교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노동을 하러 나가는 학생들... 당장 동시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다른 반대편에서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가끔 동정할 뿐, 막상 나서서 그들을 지원하기에는 꺼려지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무관심은 이기적인 것일까? 비난받아 마땅할까? 우리는 제비뽑기 속 마을의 전통이 잔인하다고 비난하고, 마을 사람들의 반인류적 행동들을 문제삼지만, 그것 또한 우리가 제3자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 마을 사람이었다면, 부당하다고 외치는 테시를 구제해줄 수 있을까? 모두가 테시에게 돌을 던지도 테시는 돌에 맞아 죽어가고... 심지어 아이들은 이것이 축제라도 되는냥 웃어댑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단언컨데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은 옳은 일일까? 확실한 건, 그것이 옳은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잘못된 일일까?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는데? 그곳에서 정의의 사도인냥 테시를 감싸다가는 잘못하면 본인도 함께 돌을 맞을수도 있습니다.
결국 또 딜레마입니다. 그러면 질문을 바꿔봅시다. 만약 우리가 테시라면 어떻게 했을까? 저런 마을에 살고 있고, 제비를 뽑았는데 본인의 쪽지에 검은 점이 찍혀져 있다면? 누군가 이것을 알아채고 우리에게 돌을 던질 준비를 한다면 어떨까. 아마 그 상황이라면 아무것도 못하지 않을까요. 그 감정은 마치 공포, 억울함, 두려움이 공존할 것입니다.
조금 침착하게 고민해보자면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내가 테시의 입장이라면, 어차피 이들은 일년의 풍요를 위해 살아있는 제물이 필요한 것이고, 이 풍습 또한 제물을 바치며 한 해의 무운을 비는 행사입니다. 그러니 근본적인 풍습의 뿌리를 뽑을수는 없더라도, 제물의 대상을 인간에서 다른것으로로 바꿀수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만일 내가 테시의 입장이라면 종이를 펼치기 전 지나가는 새에게 쪽지를 던지고, 올해의 당첨 쪽지는 새가 뽑았다며 새에게 돌을 던지라고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이 말을 고분고분하게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분명 당첨되지 않은 마을 사람들도 마음 한켠에는 내년에는 본인 차례는 아닐지 하는 불안감이 내제되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조금 건드려 아예 대상을 인간에서 인간이 아닌 것으로 바꾸어준다면 사람들도 모르는 척 넘어가주지 않을까. 내년부터는 자신이 제비를 뽑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청산할 수 있는 기회이니 말입니다.
물론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여 새에게 돌을 던질 쯤이면 새는 이미 날아가버리고 없겠지만, 이 풍습이 굳어진다면 누군가를 죽이는 풍습 대신, 금년의 풍요를 빌며 절벽 아래로 돌을 던지는 전통 등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다른 좋은 방법을 생각했다면 공유해주길 바랍니다.